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커피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문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그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하고 찢을거 같은데
벽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은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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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일컬어,
'장판에 붙은 껌딱지처럼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해질 무렵이 되서야 짜가 아디다스 슬리퍼 같은 걸 질질 끌고
나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며 보기 싫게 쪼개고 있는
대학가 휴학생 백수들의 주제가'(..길구만)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인디계의 엄친아, 장기하라는 가수가 그려내는
백수의 방 풍경은 너무나 실감나서
그 유머러스함에 웃음을 흘리면서도 눈살이 찌푸려지고,
나중엔 가슴 한쪽이 한없이 답답해진다.
아 너희들의 그 답 없는 하루하루의 끝은 대체 어디일까..
슬프게도 영원할 것만 같다, 무기력도, 실업도, 가난도..
곡의 클라이맥스는 한가운데를 쩍 가르고 있는 랩아닌 랩이다.
굳이 일반인들의 대화 리듬에 맞출 것도 없이
제 생각이 멈추는 대로 쉬었다가 생각이 나면
아무때나 불쑥 입을 떼는 이 대충사는 부류들의 말투와
어쩜 그리 똑같으면서도 리드미컬한지.
제멋대로 중얼거리는 소리는 콜라 캔 속의 담배꽁초를 마시는 대목에서
한심함을 꼭대기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또 한잔의 싸구려 커피로 해소된다.
근래 만난 중 가장 멋진 곡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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