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행기/살아가는 이야기들

추억의 갈피에 접어두지 않을래(강석호)

가수 신송 2010. 5. 20. 08:58


 

 

십 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세월이 흘렀을때

지금 이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있다면 좋겠다.

비록 늙어서 검불같이 메마른 가슴의 갈피일지라도 한 페이지 씩 넘길때마다

달큰 쌉싸름한 향기가 은근히 배어나오는

 

추억의 노트로 남겨놓을 수 있다면 무척이나 좋겠다.


고뇌없는 삶이 있으랴만,

누구라도 희(喜), 비(悲) 속에 어우러지며 인생이라는 쓴 잔을 삼키며 사는 것이라지만,

그 인생 중턱에서 열병이 돋아 속앓이까지 해야하는 이 미련한 삶에도

추억으로 남겨놓고 싶은 사연은 있다.


두 무릎 끌어당겨 다리를 감싸안고

 

무릎위에 얼굴을 묻은채 울며 지새우던 밤도,

심 수봉의 애절한 트롯을 들으며

 

아무일 못하고 맥 놓아버리던 순간도,

먼 하늘 올려다 보면서 우두망찰 넋을 잃어버리던

 

기막힌 가슴도 모두 추억이라 해야지.


하지만 추억은 많지 않아야 좋을 일이다.

기억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으면 회상하기도 숨가쁠테니

 

군더더기는 지워버려야 해.

드물지만 살아있는 세포가 일제히 기쁨으로

 

아우성치는 행복했던 기억 두어가지와,

어차피 우울한 정서라 이왕이면

 

몸서리가 나도록 음습한 기억 서너개,

잊혀져 있다가도 느닷없이 떠올라 슬몃한 웃음 유발하는

 

조용한 기억 몇가지면 충분할테지.


그 추억속에 등장하는 인물도 많으면 곤란하겠다.

단 한 사람일지라도 삶을 마무리 하는 순간까지 가슴속에

 

선명한 화인을 찍어 준 사람 이래야지.

세월이라는 좀이 아무리 갉아먹어도 지워지지 않을 깊은 화인을 찍어 준 사람.

그래.... 단 한 사람일지라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훗날의 추억을 만들어 놓기위해 지금을 살고 있는 이 순간,

현실이 주는 모든 고락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이 순간,

난 그저 내 가슴에 깊이 각인되어있는

 

이름 하나를 떠올리며 뜨거운 숨을 몰아쉰다.


자고나면 따갑게 부딛치는 현실에 적응하느라

 

모질어진 살갗으로 세상과 맞설테지만

이런 사연일랑 추억의 갈피에 접어두지 않을래.


  

배경음악 풍류 나그네님의 사랑밖에 난 몰라